(시사저널=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12월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 1주년이다. 내년 지방선거는 6월3일이다. 올해 12월3일은 흥미롭게도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 6개월 시점이며, 동시에 내년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둔 날짜다. 흥미로운 날짜의 우연이다. 
이 대통령 당선 6개월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최근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을 오차범위 밖 격차로 앞서고 있다. 그럼 민주당은 내년 6월 선거를 낙관할 수 있을까? 
지난 6·3 대선 결과를 차분히 복기하는 것에서 시작할 필요가 있다. 6·3 대선의 득표율은 이재명 후보 골드몽 49.4%, 김문수 후보 41.1%, 이준석 후보 8.3%, 권영국 후보 1.0%였다. 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후보를 비교하면 이 후보가 8.3%포인트(p) 차이로 승리했다. 오차범위를 벗어나는 넉넉한 승리였다. 
그런데 '범진보'와 '범보수'의 진영 대결로 보면 결과는 사뭇 달라진다. '이재명+권영국' 득표율 합계는 50.4%, '김문수 바다이야기고래출현 +이준석' 합계는 49.5%였다. 둘의 격차는 0.9%p로 초박빙이다. 2022년 대선에서 '이재명+심상정' 득표율 합계는 50.2%였다. 2025년 대선에서 '이재명+권영국' 합계는 50.4%다. '올라간' 득표율은 불과 0.2%p에 불과했다. 사실상 제자리다. 평범한 대선이 아니라 계엄과 탄핵으로 치러진 선거임을 고려하면 범진보 득표율이 제자리걸음이라는 오션파라다이스게임 것은 매우 놀랍다. 그만큼 '견제 심리'가 강했음을 의미한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12월3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앞 쪽문에서 12ㆍ3 비상계엄 1주년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뒤 차량에 올라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바다이야기게임2
李에 대한 '견제 심리' 강했던 6·3 대선
범진보 대 범보수의 '지역'별 결과도 흥미롭다. 스윙보트 성격이 있는 부산·울산·경남(부울경), 충청권, 수도권 지역만 살펴보자. 부·울·경에서는 대략 4대6 구도가 여전히 작동했다. 
놀라운 곳은 충청권이다. 대전·충남·충북은 모두 '범보수 우 릴게임신천지 위'였다. 대전은 0.8%p, 충남은 2.7%p, 충북 역시 3.0%p 범보수가 앞섰다. 세종만 범진보가 13.7%p 앞섰다. 즉, 지난 6·3 대선에서 대전·충남·충북에서는 모두 범보수가 승리한 선거였다. 수도권을 보면, 서울은 범보수가 3.1%p 앞섰고, 경기도는 범진보가 6.3%p, 인천에선 범진보가 5.5%p 앞섰다.  
중간 정리를 하면, 지난 6·3 대선에서 부·울·경 지역은 범보수가 약 6대4 구도로 우위였다. 대전·충남·충북은 범보수가 1~3%p 격차로 우위, 서울 역시 범보수가 3%p 정도 우위였다. 범진보는 세종·경기·인천에서 앞섰다. 
이 결과는 '6·3 대선의 재발견'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정치적 시사점은 무엇일까? 최근 한국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계엄에 대한 평가와 탄핵에 대한 입장이다. 현재 유권자층은 '탄핵을 찬성한' 중도·보수와 '탄핵을 반대한' 중도·보수로 갈라져 있다. 6·3 대선에서 김문수 후보 득표율은 '탄핵을 반대한' 중도·보수 합계로 볼 수 있고, 이준석 후보 득표율은 '탄핵을 찬성한' 중도·보수 합계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내년 지방선거든, 2028년 총선이든 '탄핵을 찬성한' 보수정치인이 주도권을 잡을 경우, 한국 정치에는 다시 '초박빙 구도'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내년 지방선거에 국한한다면, 핵심 관전 포인트는 서울시장 오세훈, 경기지사 유승민 또는 이준석(보수 단일후보),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한동훈의 동시 출마 여부다. 보수 입장에서 중도 확장력이 가장 큰 경우다. 
'이 가능성이 높다'고 단정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정치 지형'의 특징이 그렇다는 의미다.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탄핵을 반대한' 보수가 주도권을 갖는 경우다. 예컨대 서울시장 나경원, 경기지사 김문수에, 장동혁 지도부가 한동훈의 재보선 출마를 저지하는 경우다. 그간 장동혁 지도부가 보여준 모습을 생각하면 가능한 시나리오다. 
최근 민주당 지지율은 국민의힘에 약 20%p 앞서는 게 일반적이다. '민주당이 잘해서'라고 볼 수 있을까? 그렇게 보기 어렵다. 이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와 민주당 지지율의 격차를 보면 그 답을 알 수 있다. 민주당 지지율은 42%, 대통령 직무수행은 긍정 평가가 60%다. 대통령 소속이 민주당인데, 국민은 대통령 직무수행에 60%가 긍정 평가하되, 민주당에 대해서는 42% 지지율만 보여주고 있다. 민주당이 잘하는 게 아니라, '국민의힘이 못해서' 민주당 지지율이 앞서는 경우다. 



유승민 전 의원이 11월23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제15주년 연평도 전승기념 행사에 참석한 모습 ⓒ뉴스1


'외교·민생'에 집중했을 때 李 지지율 '급등'
왜 국민은 이 대통령의 직무수행은 좋게 평가하면서, 민주당에는 인색한 지지율을 보내는 것일까? 그 실마리를 알 수 있는 사건이 최근에 있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이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 평가가 10월 5주 차는 57%였는데, 11월 1주 차는 63%가 됐다. 6%p가 한꺼번에 뛰어올랐다. 1주일에 6%p 상승은 매우 이례적이다. 왜 그랬을까? 
11월 1주 차는 경주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시점이었다. 외교, APEC 성과, 관세 협상 타결, 핵잠수함 추진 등이 지지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실제 갤럽이 조사한 직무수행 긍정 평가 항목에서 '주관식으로' 답변한 내용이다. 
10월 5주 차와 11월 1주 차의 지지율 격차를 비교해 보면, '어디서' 지지율이 가장 많이 상승했는지를 알 수 있다. '평균 이상' 상승을 보면 ①지역은 서울이 23%p, 부·울·경이 8%p 상승 ②성별로는 여성이 7%p 상승 ③연령은 30대가 7%p, 60대가 9%p 상승 ④이념층은 보수 8%p, 중도 9%p 상승이다. 
이게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이 대통령이 '외교·민생 현안'에 집중할 때 서울과 부·울·경, 여성, 30대와 60대, 보수와 중도층이 '더 많은' 지지를 보냈음을 의미한다. 이는 민주당에도 동일한 시사점을 준다. 민주당이 정쟁적 이슈보다 외교·민생 현안에 집중할 때 전통적 지지층의 지지를 받으면서도 중도 확장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6·3 대선 결과는 진보 대 보수 구도가 여전히 팽팽한 '초박빙 구도'임을 말해 준다. 현재 민주당 우위는 민주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야당이 못해서'다. 그러나 '탄핵을 찬성한' 보수가 주도권을 갖게 될 때, 초박빙 구도는 되살아날 것이다. 양당 모두 현 상태에 안주하면 위험에 빠지고, 혁신하는 쪽이 승리할 수 있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기자 admin@no1reelsite.com